[102] 지은 -華(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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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슴'이나 '웨이브', 'IZM' 같은 싸이트를 돌아 다니며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내 귀에 들리는 음악 말고도 수 천 배나 많은 음악들이 '다른 쪽'에서 연주되고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좋은 매체는 그 수 천 곡 중에서 옥석을 가려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적절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음악 웹진 '가슴'의 리뷰를 보지 않았던들 내가 이 앨범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었을까?


2. 새로운 음악이 시작되었다.

내가 아는 한 손지연을 제외하고는 (특히 여성 아티스트쪽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없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라 할만 한데 지은의 음악은 스케일 면에서 손지연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고 역시 작풍에 있어서도 보다 더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에 근접해 있다고 느껴진다. '스케일이 더 크다', '미국적이다' 이런 것은 그저 형용일 뿐 음악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의 의미로 쓴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건 진짜 신세계다.


3. 이런 음악은 넓게 사랑 받을 수 없다. 이건 천형이다.

날 때부터 주어진 신분. 아, 슬프도다.

사람들은 이런 노래들을 듣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지도 못 할 것이며 노래방에 자신의 노래가 실리는 광경도 기대할 수 없다.

슬프구나.


4. 華(화)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뒷머리를 냅따 후려치는 음악적 충격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아니 그런게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냉큼 구입해서 밤에 불끄고 모든 신경을 집중해 들어보기 바람.



널 생각하면 목이 말라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나 언제나

니 앞에 있어도 두 살을 맞대어도
숨소릴 나눠도 왜

널 생각하면 약이 올라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보물처럼 넌

널 보고 있으면 널 갈아 먹고 싶어
하지만 그럼 두 번 다시 볼 수 없어

나의 이성 나의 이론 나의 존엄 나의 권위 모두가
유치함과 조바심과 억지 부림
속 좁은 오해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니까
사랑이란 이름 아래 저주처럼

널 생각하면 독이 올라
내 마음 속 커져가는 네게 짓눌려

다시는 내릴 수 멈출 수 없는 기차
섣불리 뛰어내린다면 죽겠지

널 사랑해 누구보다 저 끝까지 마지노선 따위 없어
전하고 싶어 말하고 싶어 너의 세계가 나로 가득 찼으면
바라는 건 나의 삐뚤어진
사랑이란 이름 아래 욕심이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