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이승환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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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내게 있어 좀 묘한 뮤지션이다. 후기로 갈수록 점점 발전하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점은 확실한데 이상하게 난 그의 후기작에는 별 정이 안 가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음악적 완성도는 음악을 통한 감동이라는 것과는 꼭 불가분의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동방신기를 듣고 감동하는 10대 청소년들과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감동하는 나 사이에는 그 어떤 본질적인 차이도 없다'고 했던 예전의 말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승환의 1집은 80년대 말에 나왔던 걸로 기억된다. 한국 가요판의 뮤지션쉽이 가장 정점에 올랐던 때이리라. 이문세(이영훈)와도, 유재하와도, 김현철과도 그리고 유영석의 푸른하늘과도 달랐던 이승환의 음악은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내 귀에도 역시 이른바 '가요'라는 것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며 신천지를 뽐내고 있었다.

그의 1집에는 유영석 류의 좋은 멜로디가 적당한 락 필과 잘 조화된 명곡들이 가득하다. 타이틀 곡 '텅빈 마음'은 이제 고전이라 할만 하고, 그 외에도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크리스마스에는', '그냥 그런 이야기' 같은 2진급들 역시 젊은 뮤지션의 풋풋한 감각을 뽐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난 이 곡 '좋은날'이 참 마음에 드는데 멜로디는 물론이거니와 노랫말이 정말 일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한 남자의 마음이 아주 예쁘고 싱그럽게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밉기만 하던 동네 아이들이 왜 이리 귀엽게 보이고' 이런 가사 정말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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