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유재하 -지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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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그래도 많은 음악들을 들어왔다. 락 히스토리에 족보를 올린 수많은 명그룹들의 음악도 들었고, 락 트리(Rock Tree -락 음악의 계보를 유명 그룹들 중심으로 쭉 가지치기 하듯 정리하는 글그림)의 가장 먼 잔가지에 놓이는 마이너한 그룹들의 음악도 들었고, 아니면 그런 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정말 희귀한 애들도 들어봤다.

비단 락 뿐만이 아니다. 한국대중가요나 외국의 파퓰러송도 들을만큼 들었고, 클래식이나 재즈는 깊지는 않아도 일반 사람들보다 많이 들었음은 확실하고, 월드뮤직이나 뉴에이지의 경우도 굵은 글씨로 기록되는 애들은 비교적 챙겨들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거기서 어떤 앨범 한장을 꼽아서 '최고'의 자리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앨범을 꼽거나 또는 무덤에 가지고 갈 앨범을 꼽는 경우라면 나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어느날 라디오에서 흐르던 '지난날'을 우연히 듣게 된 그 순간 이후로 음악은 내 삶에서 가장 큰 무게를 지닐 그 무엇이 되었다. 난 그렇게 느낀다. 또한 내가 음악 꽤나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취향과 달리 한국 대중 음악에 깊은 사랑을 지닌 것에도 아마 유재하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세상의 좋다는 음악을 찾아 들어봐도 다 들은 후에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이물감과 가사를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완정성...

111번으로, 이러한 모든 시작과 나중의 맨처음이었던 유재하의 '지난날'을 조심스레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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