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토이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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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노래가 어느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었다. 기업의 이미지 광고였던 것 같은데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토이에 관한 글을 쓰려고 보니 내가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이 이미지는 명확치 않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내 음악적 취향에 따른 편견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며, 또 많은 이의 동의를 얻지 못할 수도 있을만한 그런 것인데 간단히 말을 하면 이렇다. '90년대는 '고만고만한' 애들이 복작대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80년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고만고만하다라,,, 내가 여기서 의도하는 뜻은, 뚜렷하게 돋보이는 -그러니까 80년대의 들국화나 유재하, 어떤날 같은- 거인의 존재가 사라지는 대신 전반적인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만약 눈을 감고 음반 매장에서 앨범을 집으라면 난 90년대 앨범이 모여있는 렉 쪽으로 갈 것 같다. 하지만 '고만고만하다'라는 다소 폄하적인 뉘앙스에는 이전에 패닉과 전람회에서 슬쩍 밝힌 바대로, '강렬함', '내적인 견고함', '음악에 대한 몰두' 같은 가치들로 볼 때 90년대는 80년대에 비해 한참 뒤쳐진다는 내 나름의 평가가 깔려있음 역시 다시 한번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만 보다 보면 실제로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무수한 좋은 곡들 하나하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채 지나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토이의 좋은 노래가 많지만 내게 우연히 다가와 가슴 깊이 신선한 인상을 남겨줬던 '스케치북'을 122번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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