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전람회 -그대가 너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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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음악에 관련된 소망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한두가지는 유재하에 대한 것이다. 바로 유재하가 그의 유작에 실린 노래를 직접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 하나와 그의 두번째 앨범을 들어보았으면 하는 것 하나, 결국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일 수밖에 없겠다.

이미 세상을 떠난 유재하를 두고 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지 않고 '거의'라고 하는가. 그가 '사랑하기 때문에'나 '그대 내품에'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건 내가 죽어 그가 쉬고 있는 곳으로 가지 않는 한 -물론 이것조차 심히 불분명한 것이지만 아무튼- 이번 생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두번째 앨범을 들어볼 가능성은 -역시 부질없기는 해도- '절대 없다'라고 할 수는 없다. 유재하처럼 앨범 한 장 달랑 내고 세상을 뜬 제프 버클리를 보라. 그의 사후 B-Side곡과 Alternative Take, Demo Version 등을 묶은 앨범만 해도 수 종이 되고 라이브 앨범까지 합하면 그의 목소리가 실린 앨범이 10 장은 족히 된다. 유재하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있는가.

하지만 나나 읽는 이들 모두 확신하듯 유재하는 이 경우 역시 해당 사항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유재하의 데모 테잎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없고, 앨범 작업할 때 여러 곡을 녹음해 두었다가 그중에 추려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은 바가 없다. -이 말은 녹음은 되었으되 앨범에 실을 때 누락된 곡들에 대한 것이다.

결국 그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이 새로이 발견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작년이었던가, 그동안 분실된 줄로만 알았던 Beach Boys 브라이언 윌슨의 음원이 20년 만에 발굴되어 'Smile'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달고 나와 세상의 음악 좋아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듯이 난 유재하도 그래주었으면 하는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겠다. 혹시 또 아는가. 그가 혼자 집에서 기타 치고, 피아노 치면서 부른 노래가 녹음된 테잎이 뒤늦게 발견이라도 될지.

허나 만약 유재하의 2집이 영 불가능한 것이라 해도 내가 실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기 김동률이 있지 않은가.


-패닉의 1집에 썼던 글이 기억난다. 유재하를 듣고 난 후 나란히 이 앨범을 듣노라면 마찬가지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안 그럴것 같은 이 앨범 역시 '참 90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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