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이승기 -내 여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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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1집 히트곡 '내 여자라니까'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무릎을 쳤다. '물건 하나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을 다 들어보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곡 하나로 국한하자면 당금 메인스트림 가요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라고 보아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곡이 좋았다.

그때의 좋은 기억으로 2집을 쭉 듣고 있는데 별 세개는 충분히 받을만 하지 않나 싶다. 내가 별 다섯개 중에서 세개 이상을 준다는 것은, 이런 류의 음악을 극도로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기만 하면 누가 구입하든 '에이 썅, 돈 버렸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오해는 없기 바란다. 별이 네개, 다섯개라고 해서 세개짜리 보다 더 많은 이에게 보편적인 만족을 준다는 얘기는 아니다.

2집의 타이틀 곡 '하기 힘든 말'은 1집의 히트 공식에 의거해서 뻔하게 만들어진 곡이지만 그렇다해도 역시 좋은 노래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 하지만 꼭 뮤직비디오도 또 그때처럼 찍어야 했나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앨범에 대해 내가 결정적으로 아쉬워 하는 점은 이 앨범이 소위 'over-produced' 되었다는 점이다. 곡에 너무 잔손질이 많이 갔다는 얘기다. 내 생각에 이승기의 최대 매력은 그의 목소리에 있다. 저음과 고음을 모두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목소리 자체에 듣는 이의 감성을 건드리는 그런 요소가 있다. 이런 가수들의 노래는 되도록 가수의 목소리를 최대한 부각시켜주는 쪽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곡을 풍성하게 하려는 의도로 이런 저런 악기를 잔뜩 집어넣고, 이승기와는 어울리지도 않고 더구나 곡과도 어울리지 않는 얄딱구리한 코러스를 배치하는 것은 뭔가 잘못 짚은게 아닌가 싶다.

성격에 맞지도 않게 이런저런 쇼프로 나와서 마음 고생하지 말고 음악 공부에 더 매진해서 훌륭한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이건 분명 추측이다. 하지만 난 쇼프로에 나온 그가 그 현장과 어울려 재밌게 논다는 느낌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以上은 전에 '뮤지션과 그들의 음반'에 쓴 내용인데 2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내 여자라니까'로 글의 서두를 시작하며 콱 포인트를 주는 것이 꼭 여기에 옮겨도 될 것만 같다. -.-;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당구장이 악의 온상으로 묘사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깡패들이 시간이나 때우고 하는 집합소로 그려지기도 하는 등등 말이다. 한국이 나은 불세출의 당구 선수 故 이상천씨는 대한당구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이는 당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의 내용에 대해 그 직능단체에서 발끈하는 것을 난 원래 고깝게 여기는 편이었는데 -'뭘 그런 걸 가지고 다' 이런 반응- 이 사건 이후로는 그쪽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쪽으로 중심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번의 연맹의 소송건에 대해 좀 더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는 것이, 워낙에 자주 그런 쪽으로 묘사되다 보니 '어떤 놈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이승기와 남상미가 당구장에서 깡패들과 싸우고 집어 던지고 큐 휘두르고 하던 장면이 담긴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가 '시범적'으로 걸린 케이스였던 것이다. 당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빨리 좋아졌으면 한다.

-이승기는 요새 보면 쇼 프로에 나와서 잘 노는 거 같다. 비꼬는 게 아니라 내가 그때 잘못 봤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다. 가수가 연기하는 거에 대해 난 아무런 불만도 가지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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