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봄여름가을겨울 -내 품에 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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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백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기타와 드럼을 치던 김종진과 전태관은 그 이름을 그대로 물려 받아 자기들만의 음악을 시작하게 된다. 둘이 중심을 잡고 베이스와 키보드 등의 파트는 세션을 불러다 쓰는 식이었는데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구성을 하고서도 벌써 20여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버텨오고 있다. 어떤 시사평론가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이 갖는 가장 큰 의의로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것 바로 그 자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말에는 이른바 대한민국 땅에 사는 온갖 소수자의 표상으로서의 '김대중'이라는 인간, 바로 그가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에 이미 사회적 변화의 역동성이 반영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뜬금없이 김대중 얘기는 왜 하나?

이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물론 외국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을 것 같다만, 비루함과 배고픔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지금 동방신기나 신화 등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그들은 뮤지션이 아니다.- 여기에 멤버들간의 불화 이런게 양념으로 더해지면서 대략 밴드의 평균 수명은 넉넉히 잡아도 2년을 넘지 못한다. 멤버의 변동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아마 1년도 못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봄여름가을겨울처럼 20여년을 버텨오는 그룹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2인조이어서 몸집이 가볍다는 점이 꼭 지적되어야 한다. 수익금 배분의 문제나 구성원간 불화의 가능성과 같은 측면에서 그들은 한결 자유로울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흔히 퓨전재즈 그룹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본인들도 직접 얘기하듯 결코 퓨전재즈 그룹이 아니다. 퓨전재즈 한두곡을 데뷔앨범을 비롯한 초기작에 실었다고 해서 그들을 퓨전재즈 그룹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외려 이들은 하드락, 블루스에 바탕한 음악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실제 내가 좋아하는 이들의 곡도 거의 이쪽에서 나온 것들이다.

사실 이 앨범에서는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구운 씨디로 차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좀 질린 상태다. 이 때를 틈타 바로 이 '내품에 안기어'가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영악하게 내품에 안긴 셈인데,,, 둘 다 좋은 곡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종진씨 결혼 축.


-김대중 얘기가 나온 김에 완전 사족 하나. 도올은 전두환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의 의미로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도올의 센스는 인정하지만 반만 맞는 것 같다. 전두환을 통해 내가 얻는 온전한 교훈은 이런 것이다.

"대통령직 수행에 지적 능력은 전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다만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만큼 잔인함이나 뻔뻔함 같은 인성적 요소가 더 중요하게 된다."

결국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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