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언니네 이발관 -솔직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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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원래 최성원의 작품이다. 그가 들국화를 떠나고 '제주도의 푸른 밤'이 실린 1집을 발표한 뒤 90년에 낸 2집에 실려있는 곡인데 140번째 리스트에서는 그의 원곡이 아닌 '들국화 트리뷰트'앨범에 실린 언니네 이발관의 리메이크 버전을 꼽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에서 김장훈의 '제발'과 이승환의 '사랑일 뿐이야',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의 이 노래를 베스트로 꼽고 있다. 아, 박효신과 권인하의 '그것만이 내 세상'도 어색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워낙 두 보컬이 열창을 해서 그것만으로도 썩 들을만한 노래가 되었다.

잠시 얘기를 돌려보면 난 가수로서의 김장훈을 참 싫어한다. 그의 라이브 실력이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가 단독 라이브 공연 때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티비에 나와서 노래 하는 그는 정말 더이상 후질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떨 때는 내가 다 불안하다 싶을 정도로 음정이 불안하고 목청이 답답하다. 어떻게 저런 애가 '라이브의 제왕' 이런 칭호를 듣는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재밌는 공연을 펼친다고 해서 저런 칭호를 주지는 않지 않은가. 모르겠다. 그가 정식 라이브 공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들려줄 가능성도 있으니까.

하지만 김장훈도 음반 녹음으로 돌아오면 썩 괜찮게 하는 편에 속한다. 난 숱한 녹음 끝에 하나 건지는 거라고 예측하는 바이지만 뭐 어쨌든 김장훈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김장훈은 이 앨범의 경우, 들국화의 노래 중에서 거의 자기에게 최고로 잘 맞는 노래를 골라서 그야말로 '나이스 초이스'를 한 경우가 되었다.

각설하고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도 역시 자기 목소리에 잘 맞게 최성원의 솔로 시절 곡을 선택했는데 가히 베스트 트랙이라 할만하다. 보컬이야 둘이 워낙 톤이 비슷해서 딱히 말할 게 없지만 이 곡에서 들리는 기타 사운드는 정말 주목할만 하다. 이런 톤의 기타는 모던락에서 자주 쓰이는 것이지만 언니네 이발관의 톤은 한참 위에 있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느낌의 문제인데 톤 자체에 뭔가 메세지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거다. 인트로에서부터 벌써 곡에 대한 몰입도를 한껏 높이고 있지 않은가.

전에 들국화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에 관한 글을 쓰면서 최성원의 여린 이미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원곡은 역시 그것과 같은 이미지이지만 언니네 이발관은 원곡의 정조를 살리면서도 거기에 힘을 덧붙이는 시도를 했고 그 모험은 적중해서 이렇게 멋진 곡이 태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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