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더 클래식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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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우리에게 선물한 또 하나의 뮤지션이 바로 이 김광진이다. 비록 프로 뮤지션으로서 음악에 전념하기 힘든 환경에 있긴 하지만 그가 더 클래식을 거쳐 솔로 시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보여준 풋풋한 서정의 세계는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것이리라.

좋은 뮤지션과 그렇지 못한 뮤지션을 나누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마디로 말해 '자신의 의도를 얼마나 훌륭히 전달하느냐'일 것이다. 곡과 가사를 직접 쓸 수 있다거나 또는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하는 것들은 부수적인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보다는 백배 나은 것이지만 말이다.) 자기가 부르는 노래에, 자기가 연주하는 악기에 자기의 생각을 실어 보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저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긴 해도 그것만 됐다고해서 곧바로 좋은 뮤지션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수가 자기의 노래에 자기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전달했다 해도 그 결과물이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이나 미학적 취향에 어긋나버리면 말짱 꽝인거다. 이쯤에서 작사 작곡 및 디렉터로 활약하던 솔로 시절의 문희준을 떠올려 보라. -음악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믿는다 해도 결과물은 그것과 별개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진단에서부터 이미 죽어있다는 암담한 진단까지 각종 위기에 관한 글들이 무성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이 판에 희망을 갖는 것은, 지난 8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에도 자기의 생각과 음악적 감성을 보편 타당한 형상화의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뮤지션들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데 바탕한다. -이런 판단에 대해서는 아주 긴 글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여기서는 나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 신화, SS501이 대세를 장악했다고 해서 절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세상 어디를 봐도 원래 인기는 그런 애들이 얻는 법이다. 대세는 그들에게 맡겨두라. 당신이 좋아하는 김광진이, 이승환이, 신해철, 델리 스파이스가 꼭 가요대상을 타고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최소한 그들이 음악을 재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대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리고 뭐고를 다 떠나 이기적인 인간의 소비행태에 비추어도 이건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다. 나에게 90의 만족을 주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자꾸 다운 받아 들어 버릇 하면 이제 그 뮤지션은 사라지고  80의 만족을 주는 사람이 남게 된다. 이제 또 그쪽을 기웃거리다 보면 남는건 70짜리, 60짜리. 결국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남는 건 쭉정이들 뿐이다. 아니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소수의 열혈 아티스트들이거나. 좋은 음악을 할수록 빨리 사라지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정말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영악하게 굴자. 그들이 판을 떠나면 그 손해는 우리가 입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말도 많고 욕도 많이 먹지만 오빠, 누나들 앨범 직접 사서 듣는 중고생 동생들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서 듣는 것. 당연하다 못해 입이 아플 지경인 이 소리에서 그들은 자유롭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듣는 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 바로 우리가 뮤지션 또는 아티스트라 부르는 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보자.

'송가', 이 노래에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다. 다른 얘기만 잔뜩 썼네.


-추신) 가사의 자연스러움과 풍부한 표현럭, 악곡의 유려함 등에서 이 노래는 같은 가수의 '편지'를 당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비슷한 무게일 경우 덜 알려진 노래를 선택한다는 원칙에 의해 '송가'를 목록에 올리기로 한다.

-이 노래는 김광진의 솔로가 아닌 그가 박용준과 함께 활동한 '더 클래식'의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김광진 단독의 작품처럼 글을 써나간 데에는 클래식에서 그가 대부분 노래의 보컬 및 작사 작곡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다. 걸출한 편곡자 겸 피아니스트 박용준에게 누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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