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이치현과 벗님들 -당신만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치현도 참 과소평가되고 있는 뮤지션 중의 하나이다. 아니 어쩌면 아예 무관심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르겠다. 대중음악을 다루는 여러 책들이나 웹싸이트를 찾아 봐도 이치현(과 벗님들)에 대한 글은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 그의 이름이 어쩌다 걸리는 경우도 실상 다른 뮤지션을 설명하는 와중에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치현의 작품들이 비록 완성도 면에서 들쭉날쭉 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지금 쓰는 '당신만이' 하나만으로도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선구자이자 독창적 세계를 이룬 훌륭한 아티스트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 곡은 특히 편곡과 연주 면에서 당대, 80년대 초반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완숙함과 세련됨을 보여준다. -'마이뮤직'이라는 싸이트의 정보에 의하면 1980년도에 발매되었다는데 사실 난 이게 믿기지 않는다.

80년대 초반, 그 칙칙했던 시기에 이렇게 도회적인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이 흔히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고 하는 것일까? 그런 의미는 아닐텐데 말이다. 그걸 인정한다 해도 이 정도면 시대를 앞서 가면서도 충분히 대중을 같이 끌고 갈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에 대한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평단의 무관심이 참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잘하면 '안전지대'의 리더, 코지 타마키 정도의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을 사람이 이렇게 묻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코지 타마키 얘기는 괜히 한 게 아니라 이치현에게서 그의 냄새가 종종 느껴지기 때문이다.




-링크된 자켓 이미지와 음악은 04년에 발매된 Un Paso 앨범 버전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