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Mel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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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이번 앨범은 준작 이상이다.

그럼에도 내가 걸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몇몇 곡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신선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서도 이제 서서히 정형화된 메인 스트림(또는 자기 복제)의 냄새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무슨 사고 같은 걸로 확 맛탱이가 가지 않는 한 김동률은 이 정도의 앨범은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제 이런 레벨로 올라섰고, 이 레벨이라는 것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말이다. 헌데 비슷한 음악을 추구하는 대다수의 뮤지션들에게 이러한 경지는 부러움의 대상이겠으나 김동률 본인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90점에서 더 올리긴 어려운 법 아니던가...

그리고 이 앨범의 광고 문구를 보면 '소박하다' '미니멀한 악기 구성이다' '여백의 미' 이런 말들이 잔뜩 있는데 정작 들어보면 김동률 이전 스타일에서 많이 다르지 않다. 빅마마를 데려다 백보컬로 쓰고, 오케스트레이션 빠방하게 집어넣고 했는데 무슨 미니멀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이 앨범의 가장 뛰어난 성취로 난 'The Concert'라는 곡과 지금 소개하는 'melody'를 꼽고 싶다. 음악에 대한 김동률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곡인데 우리 가요계에서는 듣기가 쉽지 않은 주제이다. 외국에는 이런 류의 노래가 많이 있어서 예를 들어, 아바의 'thank you for the music'이나 존 마일즈의 'music' 같은 곡들을 가끔 듣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는데 이제 멀리 갈 거 없이 우리말로도 쉽게 그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곡 '멜로디'는 코러스에 오케스트라에 이거 뭐 김동률이 미국에서 탱자탱자 놀다온 게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의 깊게 들어줘야 한다. 유후~~!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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