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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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작고한 이윤기씨의 산문집 '이윤기가 건너는 강'을 읽고 있다. 감동이 밀려오는 구절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한 부분을 소개할까 한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면'이라는 편에 실린 구절이다.

열 살 넘기고부터 이미 어른 몫을 농사일을 너끈히 해냈다던 2살 위 형에 대한 얘기 중에,
 
'형에게는 참 따뜻한 버릇이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자르기 전에 먼저 톱 등으로 나무를 툭툭 건드리면서, 나무요 나무요 톱 들어가니더, 하고 중얼거리던 버릇이 그것이다. 형은 이랬다.

"구처(求處) 없어서 베기는 한다만 백 살 넘는 나무 욕보일 수는 없지"'

후배 중엔 "저녁놀 그런 거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요, 전 높이 솟은 빌딩을 볼 때가 훨씬 마음이 편해요" 하는 애가 있었다. 이상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기호와 유년 시절이 있는 법이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후배라면 이런 구절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것이다. 

"나무요 나무요 톱 들어가니더" 

나는 간만에 눈물이 살짝 맺힌다.




배경음악은 글과 어울리진 않지만 전인권의 '제발'. 티스토리에 음악 올리는 건 이제 진짜 거의 불가능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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