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ray Perahia -Bach; Goldberg Variations; variatio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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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을 때 좋아하던 락/메틀 따위의 장르들을 버리고 클래식으로 옮겨 가는 작태(!)가 도통 이해가 안됐었다.

그랬는데... 요즘 들어 좀 이해가 된다. 이사한 후 여기저기서 중고품들을 끌어 모아 나름 오디오 시스템이란 것을 갖추어 놓고 나니 드는 생각이다. 뭔고 하니,,,

일단 나이가 들어서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 오해는 말자.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음악을 듣는다'고 하는 것은 음악을 들을 때 '음악에 올인'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작업할 때 배경음으로 틀어놓는 것 말고.

이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분명 어린 시절 그토록 갈구하던 '전축'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번듯한 오디오든 뭐든 아무튼 음악을 크게 듣고자 하는 욕망을 만족시켜줄 만한 어떤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는 애기다.
 
그런데 매우 아쉽게도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자기가 원하는 볼륨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들으려면 그 집은 무조건 단독주택이어야 하며, 자기 외의 가족 구성원의 수는 0에 가까워야 하고, 또 0이 아니라면 오디오가 놓여진 방은 매우 방음 시설이 잘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짐작하다시피 이건 만족시키기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러 험난한 장애물을 헤치고 나서야 자기만의 볼륨을 쟁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메탈이나 락 음악만큼 작게 들었을 때 그 맛이 살아나지 않는 장르도 또 없다. 원래 난 '음악은 가능한 한 최대한 크게'를 주장하는 사람인데 그 중에서도 락/메탈은 이 조건을 특출나게 만족시켜야만 비로소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인 것이다. 

결국 락/메탈 열혈 키드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아랫집, 윗집의 항의에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의 락 스피릿에 눈물 흘리며 마침내 서서히 볼륨 노브를 반시계로 돌리고 마는 것일 테다. 하여 이 사나리오의 마지막 씬이 '이게 뭐야!!! 이게 메탈리카야? 이게 슬레이어야? 롬바르도의 투베이스가 대체 어디 간 거냐긔!!!' 하며 한발 두발 메탈 씬을 떠나는 한 애호가의 쓸쓸한 뒷모습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다...      

아... 7시에서 출발하여 7시 20분까지도 안 갔는데 벌써 옆집 사람이 경비실에 이런 저런 얘기를 했댄다. 그것도 고작 스콜피온스 신보를 가지고 말이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나도 요새 부쩍 클래식 음반에 손이 자주 간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같은 볼륨으로 놓아도 어택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들린다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같은 클래식 중에서도 '소편성 실내악' 쪽으로 쏠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협주곡, 교향곡도 언젠가는 그렇게 버림 받는다는 얘기겠지!!!)

아... Creeping Death를 사수하려면 돈 많이 벌어서 방 여러 개 있는 단독주택에 살든가 아니면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이상, 인구 과다 및 대도시 인구 집중 현상으로 인해 야기된 주택의 복층화에 따른 열혈 청년들의 클래식 전이에 대한 사회경제학적인 분석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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