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as F.Browne -Dark Eyed Lady (부제 -낚시 기사를 저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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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까페가 네이버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 메인 화면에 노출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각 언론사 타이틀들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자극적인 타이틀을 보고 놀라서 들어가 보면 개털인 경우가 90%이다. (나머지 10%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한국 정치판에 관한 것이다)

자극적인 타이틀에도 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는데 최근 1, 2년 새에 부쩍 는 게 바로 헤드라인 끝에 '?' 달기 초식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의혹이 살짝 있긴 한데 진위를 확인할 길 없는 경우 '?'으로 그냥 처리해 버리거나 또는 그 타이틀대로의 내용이 절대 아님을 미리 예고하고 싶을 때 역시 '?'를 편한 마음으로 날려대는 것이다. 즉, 예전같았으면 애초부터 기사화 되지도 못했을 것들 -또는 데스크에서 신나게 까였을 것들-이 요즘은 버젓이 기사화 된다는 것이다. 민족 정론지 조선일보가 공들여 펴내는 스포츠조선의 오늘자 네이버 제공 화면에는 '신애가 밝히는 '지붕킥' 결말?' 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다. 아니! 드라마의 결말을 출연진이 직접 밝힌다고?!!!

그런데 들어가 보면 타이틀이 좀 달라진다. '신애가 직접 밝힌 지붕킥 가상 결말 시나리오는?'으로 되어 있다. '결말'이 '가상 결말 시나리오'로 바뀌었다. 헛웃음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또 기사의 첫줄은 '아역배우 서신애가 상상한 지붕킥 결말은 어떤 내용일까?'이다. '밝힌'이 '상상한'으로 바뀌었다. ('밝힌'은 '상상한'을 포괄하는 개념이니 써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이게 기사니? 이게 기사야? 

'지붕킥 어떻게 끝날 거 같애? 니 생각은 어때, 신애야?' 이렇게 인터뷰한 걸 가지고 타이틀은 '신애가 밝히는 지붕킥 결말?'로 잡은 것이다. 이건 양아치 짓이다.

자극적인 타이틀의 또 다른 한가지는 과장된 호들갑이 되겠다. 자극되지 않을 내용을 자극적으로 쓰려면 천상 왜곡과 허위, 과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아래에 좋은 예가 있다.

마찬가지로 3대신문의 하나라고 하는 중앙일보가 자식처럼 생각하는 '일간스포츠'의 오늘자 기사 중 하나.

네이버에 충격적인 타이틀이 올라와 있었다. '런던 쪽집게 도박사 "연아에 돈 걸면 쪽박"'

두둥!!!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사실 며칠 전부터 연아와 그의 코치로부터 '연아도 인간이다', '금메달을 못따도 후회는 없다' 이런 류의 기사가 자주 보여서 '컨디션이 엄청 안 좋은가' 뭐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 이 꿀꿀한 예측에 쐐기를 박는 기사가 아닌가 말이다. 도박사라고 하면 날고 긴다하는 점쟁이들 보다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중에서도 이름 난 사람이 '연아에 걸면 쪽박'이라고 했다면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떨리는 마음과 '연아야, 그래 넌 할만큼 했어... 편하게 임하렴...' 이런 마음으로 기사를 클릭해 봤더니 아니 뭐 이런 ㅈ같은 기사가 다 있나.

'우승 확률 최고라서 연아에게 배팅하면 대박없다'로 기사가 시작한다.

'쪽박'이랑 '대박 없다'가 같은 뜻이니?
 
클릭수만 높이면 장땡이니? 언어의 결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타이틀을 잡고, 기사를 쓰고 하냔 말이다.

이런 기사를 쓰고, 타이틀을 잡고 하는 인간들도 한때는 언론고시를 준비한다고 박터지게 공부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한때 기자였던 꿈을 접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인정하는 사람이다)

하여튼 '?' 붙은 것들이랑 '그럴리 없어'라고 생각되는 기사는 아예 안보는 게 낫고, 그 이전에 모 신문 세 개와 그에 딸린 스포츠 신문 세 개, 합해서 여섯개는 아예 그냥 '개구라'라고 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 백번 현명한 일이다.

새해엔 금연보다 먼저 이 두 원칙을 확실히 정립해 놔야 겠다.




-흐르는 곡은 연아를 위한 다크 아이드 레이디 되시겠다. 가사 내용은 모른다. 그냥 제목만 보고 올리는 거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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