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Trumpet Concerto in E flat major. Finale: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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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소스라는 클래식 레이블이 있다. 환율이 뛰기 전에는 모든 씨디가 5700원이었다. (지금은 7000원)

연주진의 화려함은 당연히 메이저 레이블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그렇다고 거기 실린 음악마저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니다. "이게 왜 5700원?"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또 잘은 모르지만 낙소스에서는 현대음악에 대해 그 어떤 레이블보다 큰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 그쪽 계열 음악을 하는 사람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음반도 정말 기가 막히는 연주들을 빼곡 담아 놓고 있다. 정말 좋다. 이런 음반이 7000원이라면 덮어놓고 사는게 '옳다'.

2. 지금 흐르는 곡은 '장학퀴즈' 오프닝이었던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중에서 마지막 악장 피날레; 알레그로다. 모리스 앙드레의 연주로 들었을 때는 좀 더 남성적이었던 거 같은데 이 음반의 '유르겐 슈스터'(발음 불확실 ㅋ)는 좀 더 따뜻하면서 악단과 함께 가는 느낌을 준다. (사실 이렇게 쓰는 건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리스 앙드레가 악단을 무시하고 혼자 달리는 것도 아니고, 남성-여성(따뜻함)의 상투적인 비유도 유의미한 어떤 정보를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쓰는 것은 이게 가장 무난하면서도 나같은 표현력 없는 리뷰어들에게는 안전한 도피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앨범 리뷰에 이런 식의 싸구려 비유나 빤하디 빤한 표현들이 많다면 그 글은 별 볼일 없는 것이라고 단정지어도 좋겠다.)

3. '장학퀴즈'는 시대의 아이콘이라 부를만하다. 학력고사, 교복, 빡빡머리, 수줍은 여고생, 수재들의 경연, 흑백티비 같은 여러 이미지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특히 각 학교를 대표하는 수재들이 학교의 명예를 걸고서 다른 학교의 수재들과 지식을 겨루는 이 행위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흠뻑 빠지게할 만한 요소가 뚜렷하다. 소위 명문학교는 라는 것에 집착하며 서울대 진학이 학교의 명예와 직결되고 학교 서열화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그런 어른들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시대가 많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현대판 장학퀴즈라고 할 만한 '골든벨을 울려라'에서는 한 학교에서 7, 80명 가까운 학생들이 나와서 게임하듯이 퀴즈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장학퀴즈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골든벨'은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골든벨은 이 사회가 아직 온전히 열린 사회로까지 가지 못했음을 또한 여실히 반영한다. 학생들 중 희망자를 무작위로 선발하지 않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몇 명 박아놓는 것, 마지막 문제로 갈수록 비장미가 흐르며 교장선생님의 응원사가 나오고 하는 것에서는 아직도 이 사회에 '장학퀴즈'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된다. 

그 그늘은 계속 걷혀져 나갈 것이고 또한 응당 그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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