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이소라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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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63번째인가? 62인가? 예전부터 난 이런 식의 셈에 약했다. 12부터 18까지에는 몇개의 자연수가 있는가, 뭐 이런거. 아무튼.

200선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200선이라는 테두리때문에 내 손아귀에서 새어 내보낼 수 밖에 없는 노래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일말의 아쉬움과 내가 아예 알지도 못하는 좋은 노래들이 숱하게 많을 거라는 예측이 주는 약간의 두려움이다. 애초에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고 싶었지만 쓰다 보니 자꾸 '음악성'이라는 화두에 집착하게 된다. 그건 이 차트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음악성을 빼고서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에 관한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강성훈의 솔로 데뷔앨범에 실린 '영원히'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이지만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 빼고는 당최 쓸 게 없다. 사정이 이러고보니 자꾸 어설픈 작가론과 연대기에 빠지게 된다.

강성훈의 '영원히'가 내 손아귀에서 이런 이유로 아깝게 새나가는 곡이라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같은 곡을 들을 때면 '아, 지금도 내가 모르는 좋은 곡들이 얼마나 많을까'하고 한숨이 나온다.

이소라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내 음악 듣기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던 인물이었다고 고백해야 할 것이다. 난 이소라의 앨범은 하나도 사지 않은 상태에서 -이 말은 그녀의 음악을 전혀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녀의 음악은 그저 고상한 척하는 팝 발라드 또는 틈새시장을 영리하게 노린 재즈 보컬 흉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기 곡의 가사를 쓴다는 것도 몰랐고 말이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이 노래 '바람이 분다'를 들은 후 완전히 반했고 지금은 그녀의 이전 앨범들을 하나하나 사고 있는 중이다. 다 좋다. 4집인가를 빼고 모두 샀는데 예외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그녀의 가사는 우리가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통해 알던 예의 어벙한 그 여자가 쓴 것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깊은 상처를 덤덤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드러내는, 그녀의 이 '아픔'을 다루는 기술은 정말 탁월한 경지였다.

이 노래를 우연히 듣지 않았던들 이 모든 깨달음은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로 그녀의 많은 명곡들을 제쳐두고 이 곡을 138번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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