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Beck이라는 미국 가수의 'Loser'라는 노래가 히트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본토에서 더 큰 인기를 얻었는데 아무튼 그 인기 요인 중의 하나는 'I'm a loser, why don't you kill me'라는 인상적인 가사였다. 무덤덤한 목소리로 '나는 쓰레기야. 그러니까 니가 좀 죽여주라'라고 얘기하는데 듣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당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 그 앨범은 'Loser' 한 곡을 빼면 당최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기가 힘든 음악적 감성의 앨범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그 당시 그 앨범에 열광했던 일부 한국인들은 지금 이 시점 달빛요정만루홈런의 이 처절한 노래에 무릎 꿇어 마땅하다. -나는 그들이 당시, 거짓 감동에 속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난 아무래도 알아듣기도 힘든 영국 노래, 미국 노래보다는 우리 말로 우리 감성을 표현하는 노래들에 정이 간다. 이 앨범에 실린 '절룩거리네'라는 노래는 정말이지 '새천년, 상처받은 청춘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동지가' 정도로 자리 매김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데 실상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상처받은 청춘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개인마다 음악적 취향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이 앨범을 듣노라면 이런 앨범을 안 사면 가요 음반 중에서는 뭘 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서 들어어!
